포르쉐도 뚫은 텔레칩스…"AI 반도체 공략"

입력 2024-04-15 17:59   수정 2024-04-16 00:43


몇 년 전까지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 반도체업계 모두에서 주목받던 시장이 아니었다. 차량용 반도체는 기능이 단순하고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수많은 자동차 부품 중 하나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위상이 달라졌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면서 차량 내부에 반도체 장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가 차량용 반도체 3강을 형성한 가운데 국내에선 텔레칩스가 토종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되는 곳이 반도체 시장”이라며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종합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회사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출신인 이 대표는 1999년 텔레칩스를 설립했다. 텔레칩스는 초창기 MP3플레이어용 반도체로 업계에 명함을 내밀었다. MP3플레이어용 반도체를 설계한 전문성은 카오디오까지 확장됐다.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MP3 시장이 소멸하자 이 대표는 카오디오를 설계하면서 쌓은 연구 성과를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반도체 중 특히 인포테인먼트(계기판 등에 각종 운행정보와 콘텐츠를 보여주는 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돌핀’ 시리즈를 포르쉐,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안주하지 않고 가속 페달을 더 힘차게 밟고 있다. 자동차 내부에서 그동안 여러 칩이 기능을 나눠 담당했다면 앞으로는 하나의 칩에 다 통합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곧바로 뒤처지기 때문에 우리도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큰 투자를 하고 있다”며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자율주행분야뿐 아니라 차량 내부 통신을 원활하게 하고, 외부 침입을 막는 네트워크 게이트웨이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텔레칩스는 지난해 매출의 34%인 655억원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재투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나오는 우리의 모든 인포테인먼트칩에는 AI 기능이 들어간다”며 “ADAS는 상용샘플이 나왔고, 자율주행칩은 7월께 엔지니어링 샘플이 나온다”고 말했다. 텔레칩스가 설계한 제품의 양산은 주로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쓰고 있고, 최근 14㎚를 양산에 적용하고 있다.

텔레칩스는 지난해 말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콘티넨탈과 맞손을 잡았다. 텔레칩스의 시스텝온칩(전체 시스템을 칩 하나에 담은 기술집약적 반도체)이 콘티넨탈의 고성능 스마트 콕핏 HPC(고성능컴퓨터)에 적용돼 인포테인먼트, ADAS 및 클러스터 성능 개선에 쓰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양산으로의 성과는 2년 내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칩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1910억원, 영업이익은 82% 증가한 167억원을 기록했다.

성남=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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